골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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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최초의 그랜드 슬래머 진 사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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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역사가 꽤 오래되고 클래식한 느낌을 주는 운동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실상은 변화와 혁신이 끊임없이 시도되며 적용되고 있는 스포츠다. 최첨단 기술이 다양하게 접목된 장비들이 사용되고, 전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장비들이 속속 등장하며 정식경기에서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채택되기도 한다.  


현대적 개념의 드라이버를 처음으로 창조해 낸 것은 테일러메이드였고 이 브랜드를 탄생시킨 사람은 골프용품 세일즈맨이었다. 퍼터에 기준을 제시하며 앤서형 퍼터를 개발해낸 것은 제네럴 일렉트릭(GE) 소속의 엔지니어였으며, 유틸리티(하이브리드)를 처음으로 고안해낸 것은 투어프로 출신의 사업가였다. 이렇게 탄생한 클럽들은 골프의 역사와 게임환경을 뒤바꿔 놓으며 골프를 진일보시켜왔다. 


진 사라센(Gene Sarazen) 


골프장의 모래 벙커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샌드웨지 역시 한 명의 전설적인 골퍼로 인해 등장했는데 그가 바로 ‘진 사라센’이다.  


1902년에 태어나 1999년 97세로 세상을 떠난 진 사라센은 격동의 20세기를 꽉 채우며 살다 간 또 한 명의 전설적인 골퍼였다. 4대 메이저 골프대회를 모두 제패한 최초의 투어 프로였으며 현재까지 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골퍼는 진 사라센, 벤 호건,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 등 다섯명뿐이다.

   

US오픈과 디 오픈 우승컵을 손에 쥔 진 사라센(1932)


진 사라센은 스무 살에 메이저 대회 2연패를 기록한 최연소 챔피언이었고 생에 모두 7번의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진 사라센의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

마스터스
1935
US오픈
1922, 1932
디 오픈
1932
PGA 챔피언십 
1922, 1923, 1933


165cm의 작은 체구였던 사라센은 각고의 노력 끝에 바비 존스와 월터 하겐 등 당대의 골퍼들 못지않은 비거리와 실력으로 한 시대를 호령하고 지배했던 진정한 거인이었다. 


US오픈 축하파티에서 (1922)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아들로 목수 아버지를 둔 사라센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인 8살부터 캐디로 나서며 골프와 첫 인연을 맺는다. 격변의 시대를 살았던 만큼 그 역시도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신문 배달, 과일 수확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돈을 벌던 사라센에게 어머니는 골프장에서 지팡이를 들어줄 소년을 구한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어머니의 소개로 일을 시작한 첫날 다른 일보다 더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을 느낀 그는 11살까지 3년간 캐디 일에 종사했다. 


연습생 시절(맨 왼쪽)


어려워진 집안 환경으로 15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생계를 위해 아버지와 함께 목수로 나섰던 사라센은 1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무기를 제조하는 군수공장에서 일하기도 했는데, 과로와 추위로 폐렴에 걸린다.


먼지가 많은 곳에서 일하는 것은 폐렴 환자에게 안 좋다는 의사의 조언을 새겨들은 그는 목수가 되길 원했던 아버지를 설득해 직업 골퍼의 길로 나섰다. 


10살이 되기 전부터 골프장을 출입했던 사라센이었지만 이때부터 본격적인 골퍼의 길을 걷게 되었고 곧 연습벌레가 된다. 그는 평생 8,000여 번의 라운딩을 한 것으로 유명했으며 하루 평균 6~7시간은 반드시 연습에 임했다고 한다. 


조니 파넬, 바비 존스, 월터 하겐, 진 사라센


진 사라센은 바비 존스와 동갑내기였고, 월터 하겐과는 10살 차이가 나는 후배였다. 법조인 집안출신으로 아마추어를 고수하며 변호사의 삶을 살았던 바비 존스와 작은 체구의 사라센을 꼬마라고 불렀던 레슨 프로출신의 월터 하겐 이 세 골퍼는 치열한 경쟁 관계였다. 


노동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익힌 지구력과 골프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의 골프 실력은 눈부시게 발전했고, 이런 근성을 알아본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1920년 18살에 US 오픈에 첫 출전을 한다. 평소 우상이었던 월터 하겐을 마주하며 꿈에 그리던 무대에서 예선을 통과했지만 30위로 대회를 끝마치고 만다.  


1932년 US 오픈의 진 사라센


첫 도전은 이렇게 끝났지만 그는 부지런히 연습에 매진했고 2년 뒤인 1922년 US 오픈과 PGA 챔피언십을 연이어 제패하는데, 재미있게도 US 오픈에서는 바비 존스를 꺽고 우승에 올랐고 이듬해인 1923년에 열린 PGA 챔피언십에서는 자신의 우상이었던 월터 하겐을 상대로 우승을 거뒀다.


참고로 사라센을 비롯해 이와 같은 걸출한 골퍼들의 맹활약으로 이 시기를 기점으로 미국은 영국을 제치고 골프강국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화려하게 비상하기 시작한 사라센은 꾸준히 투어에 참가하며 경력을 쌓게 되는데 PGA통산 39승을 거뒀다. 메이저 첫 우승 10년 만인 1932년 다시 US 오픈과 디 오픈을 연이어 제패한 그에게는 특별한 클럽이 하나 있었는데 이 클럽은 친구와의 만남에서 비롯됐다. 


진 사라센과 하워드 휴즈


사라센이 골퍼로서 활약하던 시기에 부모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고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한 청년이 있었다. ‘하워드 휴스’라는 인물로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항공기 제작사를 갖고 있었으며, 영화제작 등 다방면에 걸쳐 비즈니스를 펼친 것으로 유명했었고 한편으로 골프광이기도 했다. 


현재를 기준으로도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산가이자 기업인이었던 하워드 휴즈와 가난과 궁핍함을 딛고 일어선 진 사라센을 연결해준 것은 바로 골프다. 함께 라운드를 하며 절친한 친구사이가 된 것이다. 


웨지라는 클럽이 개념 정립이 아직까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당시 사라센은 벙커샷에 애를 먹고 있었는데, 휴즈와 함께 비행기를 탑승한 뒤 날개에 달린 플랩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는 집에서 클럽의 바닥 면에 납땜을 수없이 덧붙여 보며 클럽을 다듬었고 마침내 자신에게 알맞은 바운스의 클럽을 하나 제작해 내는데 훗날 샌드웨지로 명명된 클럽이다. 


1930년대 웨지 대용으로 사용됐던 니블릭


골프공을 수천 개 쳐보며 수정과 개선을 거듭한 끝에 벙커에서 기가 막히게 사용되는 클럽이 만들어졌는데 사라센은 모래 벙커에서 주로 사용되는 의미를 담아 샌드아이언이라고 불렀다. 


사라센의 샌드 아이언 (솔 부분에 납땜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제껏 없었던 생소한 클럽이었기에 스스로 규정 위반을 걱정했던 사라센은 이 신무기(?)의 존재를 철저히 숨긴 채 투어 출전을 감행했고, 1932년 US 오픈에서 최종라운드 66타의 기록적인 성적으로 우승에 성공했는데 이 66타 기록은 무려 30년 동안 유지됐다. 


후에 사라센은 샌드웨지를 공개했고 골프 규칙을 확정하는 영국과 미국 양대 골프협회는 합법적인 공인클럽으로 인정하게 됐고, 사라센의 후원사였던 윌슨 골프는 이 클럽을 대량 생산하여 보급하기 시작하는데 샌드웨지의 시작이다. 


진 사라센의 이름이 들어간 윌슨 R20 웨지


발매 첫해에만 무려 5만 개가 넘게 팔려나가며 웨지는 라운드에서 필수로 사용되는 클럽으로 자리매김한다.  작은 신장으로 인해 몸무게가 가벼웠던 그는 남다른 근력을 갖기를 원했고 425g이 넘는 무거운 드라이버로 평상시 연습에 임하곤 했다. 


또한 손이 작았던 불리함을 극복하고 장타를 내기 위해서 양 손가락을 서로 교차해서 그립을 잡는 인터로킹 그립을 사용했고 섬세한 샷이 필요할 때는 일반적인 오버래핑그립을 필요에 따라 영리하게 구사할 줄 아는 골퍼였다. 


인터로킹 그립


바비 존스가 창설한 마스터스 토너먼트 첫 번째 대회에 불참했던 사라센은 2회 대회 때부터  꾸준히 참가하기 시작했는데, 최종 라운드에서 보여준 그의 기적 같은 플레이는 역사적 명승부였다. 


4홀을 남기고 3타 차이로 뒤지고 있던 사라센은 파 5 15번 홀을 단 두 타 만에 끝내 버린 기록을 갖고 있다. 이 홀에서 홀인원보다 더 나오기가 힘들다는 알바트로스를 기록한 것이다. 


70세에 디 오픈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는 진 사라센(1973)


순식간에 동타를 만들며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고, 다음날 이어진 36홀 연장전에서 마침내 우승을 거둔 그는 이제 막 시작된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역대 2번째 챔피언에 오른다. 그리고 이 마스터스 우승으로 4대 메이저 골프대회를 최초로 석권한 골퍼로 기록됐다. 


“기본을 익히기도 전에 스코어를 올리려는 것은 걸음마를 배우기도 전에 뛰려는 것과 같다.”  

“나는 연습을 할 때 75%를 그립 수정에 할애한다.”


수많은 골프 명언과 현역에서 물러나서도 97세까지 마스터스 토너먼트의 시작을 알리는 시타 행사에 꾸준하게 참여하며 한 몸에 존경을 받던 진 사라센은 20세기가 끝나가는 1999년에 생을 마감했다.   


영원한 윌슨 스태프였던 진 사라센


출중한 기록과 골프가 존재하는 한 필수로 사용될 클럽을 탄생시킨 장본인이었던 진 사라센 그가 돋보이는 이유는 쉽지 않았던 조건과 여건을 노력으로 극복해 온 수많은 시간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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